본문 바로가기
스포츠 이야기/국제대회

비엔나의 차가운 밤, 홍명보호는 무엇을 남겼나 — 오스트리아전 리뷰

by 노력하자고 2026. 4. 1.
반응형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각, 잠을 설치며 TV 앞에 앉은 팬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고작 석 달 앞두고 치른 유럽 원정 2연전의 마지막 경기,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 결과는 또 패배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 하펠 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0-1로 패배하며, 3월 A매치 2연전을 2패, 5실점, 0득점으로 마감했다. 숫자만 놓고 봐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결과다.

경기 전, 이미 기울었던 분위기

이번 오스트리아전을 이해하려면 사흘 전 코트디부아르전부터 짚어야 한다. 한국은 지난달 28일 영국 밀턴킨스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수비 조직력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선수들의 결정적 실수까지 더해지며 0-4로 참패했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이 경기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통산 1000번째 A매치이기도 했다. 역사적인 이정표가 완패로 얼룩지자 국내외 언론 모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스트리아 현지 매체 '호이테'는 한국이 저항하는 기색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했다고 꼬집었고, 가나전에서 5-1 대승을 거두며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오스트리아가 이번 경기에서 수월하게 이길 것이라 내다봤다. 오스트리아 매체 '스카이 스포츠 오스트리아'는 한국의 코트디부아르전 참패를 두고 "월드컵의 해에 겪은 실패한 출발"이라 규정하며 전력을 낮게 평가했다. 자존심을 구긴 채 빈으로 건너간 홍명보호로서는 어떻게든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선발 라인업 — 8명을 바꾼 홍명보의 선택

홍명보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전과 같은 스리백 전술을 유지하면서도 8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손흥민, 이강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에이스들을 전면에 내세운 결단이었다. 전방에는 손흥민(LAFC)을 중심으로 이재성(마인츠)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좌우 측면에 포진했고, 김진규(전북 현대)와 백승호(버밍엄 시티)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양 윙백 역할을 맡았으며, 김주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이 수비 라인을 구성했다.

이번 오스트리아전은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었다. 6월 북중미 월드컵 본선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치르는 사실상 마지막 A매치였고, 홍명보 감독에게는 막판 경쟁 중인 선수들을 최종 점검하는 자리이자 스리백 시스템이 월드컵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마지막 시험대였다.

전반전 — 슈팅은 많았지만, 골망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부터 한국은 적극적으로 공세를 폈다. 전반 1분 만에 손흥민이 골 지역 왼쪽을 파고들며 슈팅을 만들어내는 등 초반에는 활발하게 공격에 임했다. 활기찬 출발이었다. 전반 16분에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이한범의 침투 패스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은 골 지역 왼쪽까지 파고든 뒤 왼발 슈팅까지 연결했으나 골문 밖으로 벗어났다. 결정적인 장면이었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전반 27분에는 이강인이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의 실수를 유도한 뒤 직접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수비에 막혔다. 전반 37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김진규의 중거리슛이 수비에 맞고 나갔고, 이어진 코너킥에서 손흥민의 킥을 받은 김민재의 헤더를 골키퍼 펜츠가 막아냈다. 전반 슈팅 수에서 한국이 6-1로 오스트리아를 압도했으나, 유효슈팅은 김민재의 헤더 하나에 불과했다. 슈팅 숫자와 실질적인 위협 사이의 괴리가 이미 전반부터 드러나고 있었다.

전반 25분에는 변수가 발생했다. 김주성이 통증을 호소하며 전반 25분 김태현과 교체됐다. 계획에 없던 교체였고, 수비 라인의 연계가 한층 더 불안해질 여지가 생겼다.

후반전 — 단 한 방에 무너지다

후반 3분, 오스트리아는 크사버 슐라거가 오른쪽에서 낮게 연결한 컷백을 마르셀 자비처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스트리아 입장에서 경기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 슈팅이자 첫 번째 유효슈팅이었다. 전반 내내 한국이 수적 우위로 공격을 주도했는데도, 오스트리아는 단 한 번의 유효 슈팅으로 앞서나갔다. 이게 바로 홍명보호가 지닌 구조적 문제의 단면이었다.

이후 한국은 만회골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후반 17분에는 이강인의 정확한 롱패스에 연결된 설영우의 땅볼 크로스를 손흥민이 오른발 논스톱으로 때렸으나,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손흥민에게 또 하나의 빅찬스가 왔다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후반 37분에는 오현규(베식타시)가 들어온 뒤 곧바로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골키퍼까지 뚫어낸 공이 골라인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축구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 중 하나였다. 공이 1cm만 더 굴렀더라면 달라졌을 경기였다. 하지만 결국 추가시간 3분도 무득점으로 흘렀고, 경기는 0-1 패배로 막을 내렸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의 말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경기에 비하면 두 번째 경기는 많은 성장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제까지 나온 많은 문제점을 보완해야겠다고 느낀다"면서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좋은 선수는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며 5월 최종 명단 선발을 위해 남은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성장을 언급했지만, 결과는 냉혹했다. 코트디부아르전 0-4에 이어 오스트리아전 0-1. 2경기 합산 득점 0골, 실점 5골. 월드컵을 90일 앞에 두고 나온 성적표로는 너무나도 무거운 숫자들이다.

남은 과제 — 월드컵까지 무엇을 해야 하나

이번 2연전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비 불안이고, 두 번째는 결정력 부재다. 두 경기 모두 수비는 불안하고 공격은 선수 개인기에 기대는 모습이었다. 이강인의 창의성, 손흥민의 돌파력이 빛나는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그것이 골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스리백 시스템 역시 검증을 마쳤다고 보기 어렵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4골을 내줬고, 오스트리아전에서는 두 번째 유효슈팅 하나에 덜미를 잡혔다. 수비 라인과 중원 사이의 공간 관리, 윙백의 공수 균형, 빌드업 패턴 등 월드컵 본선 전까지 보완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은 이번 월드컵 A조에 편성되어 공동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유럽 플레이오프 D조 승자와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다. 한국 시간으로 같은 날 새벽 열린 유럽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덴마크가 체코를 꺾고 본선 티켓을 따냈다. 조별리그 첫 상대가 확정된 것이다.

멕시코는 쉽지 않은 상대다. 남아공도 만만히 볼 팀이 아니다. 이번처럼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작은 틈에 실점을 허용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아직 포기는 이르다

비관적인 이야기만 하고 끝내기는 아쉽다. 분명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다. 코트디부아르전과 비교했을 때 오스트리아전의 전반 내용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전방 압박의 강도가 올라갔고, 이강인과 손흥민의 연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현규의 마지막 슈팅은 골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을 뿐, 실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장면이 아니었다.

세 경기 모두 한국 시간 기준 오전 시간대에 열리기 때문에 밤샘 시청 없이 응원이 가능하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홈팬의 열기가 선수단에 전해지길 바란다.

이번 유럽 원정은 쓴 약이었다. 결과로는 최악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월드컵 전에 이런 실전을 통해 문제점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남은 시간 동안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 경험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6월 북중미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이번 빈의 차가운 밤을 딛고 일어선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 작성: 2026년 4월 1일 / 오스트리아 빈 원정 평가전 기준

반응형

댓글